광복 8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 최선화 지사의 생애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국가보훈부·YTN라디오와 함께 추진하는 기획 캠페인 ‘간호로 지킨 나라, 우리가 지킬 이름’의 네 번째 이야기에서다.
최선화 지사는 원래 영문학을 전공했으나, “광복군에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며 전쟁 시기 중국에 있는 간호학교에서 간호학을 배웠다. 단순한 활동이나 후방 지원에 머물지 않고, 한국혁명여성동맹 주비위원(籌備委員), 한국애국부인회 재건 서무부장 등 조직 활동의 한가운데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네트워크와 행동을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그의 둘째 딸 양제니 씨는 YTN라디오 ‘대한민국을 간호하다’를 통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1941년 충칭(중경)에서 태어난 양제니 씨는 임시정부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3월 30일 오후 3시, 비가 오는 날에 자신이 태어났기 때문에 '제니' 대신 '제비'라고 불렀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제비 왔다'며 반겨주곤 했다"며 부모님이 중일전쟁 이후 중국에서 보낸 망명 시절을 떠올렸다.
임정 내에서 이동녕 선생을 간호했던 최 지사는 광복군을 위한 위문품 전달, 공연, 노래 활동 등 항일 선전활동과 독립자금 모금 역할도 도맡았다. 중국 방송국 스튜디오를 빌려 국내·미주로 송출한 ‘대외 광파 방송’의 진행 역시 그가 맡았던 일이다. 일제에 맞서 국내외 동포들에게 항전 의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임무였다.
양제니 씨는 “어머니는 간호업무, 조직활동, 광복군 지원을 병행하면서도 가정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 역할을 온전히 해내려 애썼다”며 “힘들다고 내색도 못 하셨고, 그런 모습이 늘 마음에 남는다”고 말했다.
전쟁과 망명은 최 지사의 건강을 혹독하게 파괴했다. 영양실조와 임파선 염증으로 목에는 큰 흉터가 남았고, 평생 붕대를 감고 지내야 했다. 콩팥병까지 겹쳐 가족들은 “오래 살기 어려울 줄 알았다”고 회고한다. 그럼에도 최 지사는 “나라를 찾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내 안위를 먼저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간호협회는 올해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간호사 74인의 활동을 재조명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YTN라디오 프로그램은 내년 8월까지 하루 세 차례 방송(아침 6시35분, 낮 12시55분, 저녁 6시55분)되며, 국민 누구나 QR코드와 SNS 해시태그 참여로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다.
간호협회는 “독립운동가 간호사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간호와 항일 활동을 함께 수행했다”며 “최선화 지사를 비롯한 선열들의 이름이 역사 속에서 잊히지 않도록 그 뜻을 국민과 함께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국가보훈부와 간호협회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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