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 연구팀이 국내외 바이오인포매틱스 전문 기업인 이노크라스와 공동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유방암 코호트(‘큐브릭스’)의 완성 소식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이 코호트는 한국인 유방암 환자의 특징을 담아내 향후 글로벌 유방암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토대가 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 박연희·유종한·이정민 교수 연구팀은 이노크라스(주영석·김률 박사)와 함께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 등록한 유방암 환자 1364명의 데이터를 통합했다.
이 코호트는 환자들의 상세한 진료 정보와 함께 전장유전체분석(WGS, Whole-Genome Sequencing) 결과를 결합한 것으로, 기존의 타겟 패널 검사로는 불가능했던 암의 근본적인 유전체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큐브릭스 코호트의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주요 성과를 도출했다.
새로운 유방암 발병 핵심 유전자 규명: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유전자 41개 중 BCL11B, RREB1, RAF1, SPECC1 4개를 이번에 처음으로 보고했다. 이는 새로운 진단 바이오마커나 신규 항암제 개발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암의 원인(‘돌연변이 시그니처’), 특정 항암제 반응성 예측(‘상동 재조합 결핍상태(HRD)’), 면역항암제 효과 예측(‘종양변이부담(TMB)’), 암의 복잡성 지표(‘종양 이질성 점수(MATH)’) 등 다양한 유전체 지표에 대한 분석이 포함됐다.
큐브릭스 코호트는 한국인 환자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특히, 한국인 유방암 환자의 APOBEC3A/3B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는 비율이 31.8%로, 유럽 환자의 8.5%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유전자 변이는 다른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촉진하여 암 발생을 쉽게 만든다. 이는 아시아 유방암 환자의 발병 메커니즘이 서양 환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연구팀은 서양 중심의 연구 풍토에서 소외되기 쉬웠던 아시아 환자들에게 유전체 기반의 정밀하고 정교한 연구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암세포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양상(종양 이질성, tumor heterogeneity)을 정량화하는 수학적 모델인 MATH(Mutant-allele tumor heterogeneity) 점수를 제시했다.
MATH 점수가 중앙값(40점)보다 높은 환자들은 사망위험이 1.66배 높았으며, 특히 HER-2양성 유방암 환자들은 항-HER2 치료에서 무진행생존율이 2.80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의 유방암 코호트(METABRIC)에서도 유효성이 확인돼 환자별로 정교한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마련됐다.
또한 연구팀은 상동 재조합 결핍(HRD)이 여성호르몬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치료 실패 위험을 14.7배 높이는 주요 인자임을 밝혀내며, 유방암 정밀의학 치료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구조적 접근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박연희 교수는 “전장유전체분석과 임상 데이터를 결합한 이번 코호트가 유방암의 기전을 보다 분명하게 밝히고, 연구와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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