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혼수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중증 ‘NMDAR뇌염’ 환자가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영수 교수팀의 헌신적인 치료 끝에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하여 퇴원하는 놀라운 임상적 성과를 거뒀다.
경상국립대병원은 신경과 김영수 교수팀이 지속적인 면역치료와 다학제적 집중치료를 통해 희망을 찾기 힘들었던 장기 혼수 환자를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20개월 이상 장기간 혼수 상태였던 NMDAR뇌염 환자가 회복된 사례는 극히 드물어 이번 성과는 국내외 의료계에 큰 의의를 가진다.
NMDAR뇌염은 신경세포막의 NMDA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로 발생하는 자가면역뇌염의 대표적인 질환이다. 초기에는 이상행동, 기억력장애, 정신증 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발작, 운동 이상, 자율신경 불안정 등을 거쳐 혼수 및 인공호흡기 의존 상태로까지 악화할 수 있다.
이번에 회복된 30대 여성 환자 역시 초기에는 횡설수설하는 언어장애, 부적절한 행동 등으로 정신과 질환으로 오인되어 치료를 받았으나 이후 의식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고 전형적인 NMDAR뇌염 양상(지속적인 이상 움직임 및 발작)을 보였다. 결국 척수액 및 혈청 검사에서 항NMDAR항체 양성이 확인됐고, 입원 9일째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면역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는 질환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난소 기형종 수술을 시행하고 NMDAR뇌염의 표준 치료인 1~2차 면역치료를 단계적으로 받았으나 의식 회복이 없고 뇌전증 지속상태가 반복되는 힘든 치료 과정이 이어졌다. 면역치료의 적절한 시행 시 70~80%의 회복률을 보이지만, 이 환자처럼 치료 저항성인 경우 감염 및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다.
김영수 교수팀은 회복 가능성이 적은 장기 혼수 상태에서도 가족과 긴밀히 소통하며 면역치료를 지속했으며, 중환자실 간호팀 및 감염내과와의 협력을 통해 여러 차례의 패혈증 위기를 극복해냈다.
21개월이 지나자 환자는 처음으로 의료진과 눈을 맞추고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등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인공호흡기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갔으며, 입원 22개월째 재활치료팀(변하영 교수)의 도움으로 스스로 식사가 가능해지고 부축 보행이 가능해져 24개월간의 중환자실 치료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입원 25개월째에는 독립 보행과 대부분의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하여 마침내 퇴원하게 됐다.
이번 치료에는 신경과 김영수·김민정 교수, 류공주 전담간호사, 내과계중환자실 간호팀, 뇌파검사실, 재활의학과 변하영 교수와 재활치료팀 등 여러 부서가 다학제적 협력을 통해 환자의 생명과 기능 회복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노력했다.
김영수 교수는 “이번 증례는 오랜 기간 뚜렷한 회복이 없더라도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간다면 수년 뒤에도 의미 있는 회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하며 환자 가족의 사랑과 병원 구성원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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