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모델을 개발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에서 향후 두 해 안에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 한국인 맞춤형 조기진단 기술의 가능성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게재했다고 5일 밝혔다. 논문 제목은 ‘A machine learning framework for classifying dementia risk in mild cognitive impairment: evidence from a Korean genome-wide association study cohort’다.
이번 연구는 한국형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치매 예측 기술을 정교화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존 치매 예측 연구는 대부분 유럽인 데이터를 중심으로 진행돼 동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만성뇌혈관질환 바이오뱅크 컨소시엄(BICWALZS)’에 참여한 한국인 674명의 임상·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분석 대상자에는 정상군 81명, 경도인지장애 환자 389명, 치매 환자 204명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한국형 유전체칩(K-Chip)을 활용한 전장유전체연관분석(GWAS)을 실시한 뒤 6종의 기계학습 알고리즘(랜덤포레스트, KNN, SVM, 인공신경망, XGBoost, LightGBM)에 54~76개 치매 관련 SNP(단일염기다형성)를 입력해 성능을 비교했다.
그 결과 XGBoost 모델의 예측 정확도(AUC)가 0.88, 정밀도 기반 지표(PR-AUC)는 0.92로 가장 높은 성능을 보였다. 특히 APOE, PVRL2, TOMM40 등 유전자가 예측 모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델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진은 참여자들의 2년간 추적 결과와 예측값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일부 알고리즘(KNN, ANN, SVM, XGBoost)은 민감도가 0.9 이상, 즉 치매로 진행될 환자를 대부분 정확히 찾아냈다. 일부 사례에서는 여러 AI 모델이 같은 환자를 100% 일치하게 예측하기도 했다.
이는 인공지능 기반 치매 예측 모델이 임상 현장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위험군 선별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번 연구는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치매 예측의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며 “향후 유전체·뇌영상 데이터를 통합한 인공지능 기반 조기진단 플랫폼을 구축해 국가 치매 예방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모델이 한국인 유전체 특성과 동아시아인의 유전적 구조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기존 유럽 중심 치매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향후 임상·유전체·영상·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통합한 국가 단위 치매 예측 플랫폼 구축에도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백찬기 편집국장 news@koreanurs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