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골격계 통증 환자의 통증 부위가 아닌 반대쪽에 침을 놓는 전통적인 ‘거자(巨刺) 침법’이 통증 감소와 관절 기능 개선에 모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좌우 맥의 강도 차이가 큰 환자일수록 치료 반응이 약 2배 높게 나타나, 전통 한의학 진단 지표의 현대적 유효성을 입증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침구과 백용현·박연철·이동민 교수팀과 현동한의원 박신우·김윤아·김공빈 한의사팀의 공동연구 결과로, 이는 SCIE급 국제학술지 <Journal of Pain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거자 침법은 <황제내경(黃帝內經)>과 <동의보감(東醫寶鑑)>에 기록된 전통 침법으로, 오른쪽 어깨가 아플 때 왼쪽 팔이나 다리 등 통증의 반대편 경락을 자극해 신체의 불균형을 조절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기법이다. 국내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지만 환자별 치료 반응의 차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했었다.
연구팀은 편측 근골격계 통증 환자 109명의 진료 기록을 후향적 분석해 거자 침법의 임상적 효과를 검토했다.
연구팀은 한의학적 진단 요소인 ‘맥 강도 차이’에 주목했다. 이는 양쪽 손목의 맥을 촌·관·척 부위에서 짚어 왼쪽과 오른쪽 맥의 힘이 얼마나 다른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신체의 불균형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돼 왔다.
분석 결과 통증 부위의 맥 강도 차이가 뚜렷한 환자군은 차이가 없는 환자군에 비해 상지 통증과 하지 통증 모두에서 통증 감소 폭이 거의 2배 가까이 큰 것(상지 54.7% 대 31.3%, 하지 56.3% 대 29.5%)으로 나타나 맥 강도 차이가 통증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거자 침법의 효과는 관절 가동범위(ROM) 개선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관절 움직임 제한이 있었던 환자 중 맥 강도 차이가 있는 군의 87.5%에서 관절 기능이 호전된 반면, 차이가 없는 군에서는 16.7%만이 개선됐다.
강동경희대병원 침구과 박연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전 의서에 기록된 거자 침법의 임상적 의의를 환자 데이터를 통해 검토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라며 “맥 강도 차이가 거자 침법의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객관적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백용현 교수는 “거자 침법은 시술 위험이 낮고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 치료와 병행하기 좋다”며 “환자별 맞춤 통증 치료 전략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맥 강도 차이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기 개발과 전향적 임상연구를 추진해 근골격계 통증 환자를 위한 세분화된 맞춤형 치료 전략의 임상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확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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