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2020~2024년) 신경차단술 진료비가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 증가율을 크게 웃돌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15일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일부 요양기관의 과다 시술 행태와 이에 따른 환자의 방사선 노출 위험성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신경차단술의 총 진료비는 2020년 1조6267억 원에서 2024년 3조2960억 원으로 5년 만에 2.03배(203%)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건강보험 총 진료비 증가율(1.34배)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요양기관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모든 기관에서 진료비가 증가했으며, 특히 의원급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의원급 신경차단술 진료비는 5년간 216.6% 늘어나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4년 기준 전체 신경차단술 진료비 중 의원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89.4%로 5년 전보다 5.8%포인트 확대됐다.
신경차단술 시행 건수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2024년 전체 시행 건수는 6504만 건으로, 2020년 대비 1.70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시행된 시술은 ‘척수신경총·신경근 및 신경절 차단술(분류번호 바25)’로 2024년에만 3060만 건이 시행돼 5년간 2.20배 증가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시술은 ‘뇌신경 및 뇌신경말초지 차단술(분류번호 바23)’로 같은 기간 2.34배 늘어났다.
건보공단은 분석 과정에서 일부 요양기관의 과다 시술 행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A병원’은 2024년 척수신경총·근·절 차단술(분류번호 바25) 최다 시행 기관으로 집계됐는데, 이 병원의 환자 1인당 평균 시술 횟수는 16.73회로 전체 시행기관 평균(3.89회)의 4.3배에 달했다.
개별 사례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총 24개 요양기관을 방문하며 1124회의 신경차단술을 받은 최다 수진자 B씨의 시술 횟수는 전체 환자 평균(5.6회)의 201배에 이르렀다. 또한 ‘A병원’에서 삼차신경 관련 신경차단술을 받은 C수진자는 1년간 총 347회의 시술을 받아 급여 산정 기준(연 15회)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다빈도로 시행되는 ‘척수신경총·근·절 차단술(분류번호 바25)’ 등 일부 시술이 C-Arm과 같은 방사선 투시장비를 활용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현재 C-Arm 장비를 보유한 기관에서 시행되는 신경차단술은 전체의 70.1%를 차지한다. 신경차단술 1건당 환자 방사선 피폭량은 최대 0.113mSv로 추정되며, 최다 시술 환자인 B씨의 경우 연간 최대 127.012mSv의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기준선으로 알려진 100mSv를 초과하는 수준이다.(일상생활에서 연간 자연 방사선 노출량은 약 3.8mSv)
대한마취통증의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는 난치성 환자의 경우 시술 횟수가 늘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환자 한 명에게 동일 시술이 연간 347회 시행된 사례는 극히 예외적”이라며, 진단의 적정성과 다학제적 접근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신경차단술이 약물 부작용, 감염, 신경 손상 등 각종 합병증뿐 아니라 누적 방사선 노출로 인한 발암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보공단은 불필요한 과잉 시술로 인한 환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급여 기준 관리 강화와 표준 진료지침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백찬기 편집국장 news@koreanurs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