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응급실 뺑뺑이’와 수술 지연 문제가 속출하는 가운데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이 야간과 휴일에도 빈틈없는 응급수술 체계를 유지하며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백병원에 따르면 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2024년 3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약 21개월간 외과에서 시행한 총 수술은 3771건에 달한다. 이 중 응급수술은 1224건으로, 전체의 44%에 해당하는 536건이 의료 인력 확보가 어려운 야간이나 휴일에 이뤄졌다.
일산백병원은 의료진 부족 등의 이유로 타 병원에서 수술이 지연되거나 전원이 거부된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왔다. 시행된 응급수술은 충수절제술(맹장염)이 301건(56%)으로 가장 많았으며, 외상·복막염 등에 따른 응급 위장관 수술(107건, 20%)과 담낭절제술(73건, 14%)이 뒤를 이었다. 특히 혈관수술(15건) 및 장기이식(17건) 등 고도의 신속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중증 수술도 다수 포함되어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일산백병원만의 독보적인 ‘전원 시스템’이 있다. 일산백병원은 119 구급대 및 지역 중소병원과 직통 핫라인을 개설했다. 특히 외과 의료진은 본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현장 구급대원과 공유하며, 환자가 도착하기 전부터 상태를 파악해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사전에 준비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경기도 파주소방서 관계자는 “야간에 수술 가능 병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산백병원 외상센터와의 핫라인은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협력 병원인 파주 메디인병원 서수이 간호사 역시 “전원 요청 시 신속하고 명확하게 판단해 주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일산백병원은 타 기관에서 의뢰된 응급 환자의 경우 원칙적으로 ‘100% 수용’을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정성원 일산백병원 외과 교수(중증외상센터장)는 “일산·파주·김포 지역의 환자들이 수술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가능한 모든 의뢰 환자를 수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주 일산백병원장은 “지역 병원과의 긴밀한 연계 체계가 응급 환자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수술 지연 위험을 최소화하는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응급의료 협력 모델을 더욱 공고히 해 필수 의료의 안전망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news@koreanursi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