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암세포에 대한 공포만큼이나 크게 걱정하는 것이 있다. 바로 ‘먹는 즐거움’의 상실이다. 위를 절제하면 식사량이 줄고 소화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위암 치료는 단순히 암을 제거하는 수준을 넘어 위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 환자의 삶의 질(QoL)을 지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생존율 향상과 함께 주목받는 ‘삶의 질’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8~2022년 기준 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78.4%에 달한다. 2000년대 초반(58.0%)과 비교하면 20.4%p나 급증한 수치다. 이처럼 치료 성과가 비약적으로 좋아지면서, 이제 의료계의 화두는 ‘생존 이후의 삶’으로 옮겨가고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위장관외과 최성일 교수<사진>는 “수술의 첫 번째 목적은 당연히 병소를 완벽히 제거해 재발을 막는 것이지만, 두 번째 핵심은 위를 조금이라도 더 남겨 환자가 수술 전과 다름없는 일상을 누리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상 없는 ‘침묵의 암’
위암은 국내 발생 암 중 5위를 차지할 만큼 흔하지만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을 가벼운 위염으로 여겨 방치하다가 체중 감소나 복통이 나타나 병원을 찾으면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최 교수는 “증상이 없더라도 만 40세 이상은 2년에 한 번, 가족력이 있다면 매년 위내시경을 받아야 한다”며 “조기에 발견할수록 암을 완전히 제거하면서도 위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법을 선택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로봇·복강경의 만남
과거에는 위를 전체 절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암 부위만 정교하게 제거하는 ‘기능보존수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복강경과 로봇을 활용한 최소침습수술이 환자의 빠른 회복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작은 구멍을 통해 진행돼 통증과 흉터가 적다는 장점이 있고, 로봇 수술은 고화질 3D 영상과 자유로운 관절 기구를 통해 췌장 뒤편 같은 복잡한 부위까지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어 합병증 위험을 낮추고 기능을 보존하는 데 최적화된 수술법으로 평가받는다.
수술은 끝이 아닌 시작
성공적인 수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후 관리다. 위 절제 후에는 위 용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식습관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수술 직후에는 묽은 음식부터 시작해 소량씩 자주 섭취하며 위가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 또한 재발 방지를 위한 정기적인 CT 및 내시경 검사는 필수다.
최성일 교수는 “가장 좋은 치료는 수술까지 가기 전, 내시경 절제술만으로 완치하는 것”이라며 “국가검진 주기만 잘 지켜도 위 건강과 먹는 즐거움을 모두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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