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망 원인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심근경색증과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규모가 한해 15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근경색은 남성 발생률이 여성보다 3배나 높았고, 뇌졸중은 고령화의 영향으로 재발생 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은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와 사망원인 정보를 분석한 ‘2023 심뇌혈관질환 발생통계’를 발표했다. 이번 통계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질환 예방 및 관리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심근경색증 발생 건수는 총 3만4768건으로 집계됐다. 성별로 보면 남자가 2만5982건으로 여자(8786건)보다 약 2.9배 높았다. 10만 명당 발생률로 환산해도 남자는 102.0건으로 여자(34.2건)를 압도했다.
이번 통계의 주요 특징에 따르면 전체 발생 건수 중 ‘재발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9.6%로 2014년 대비 6.5%포인트나 증가하며 사후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지역별로는 전남(46.9건)과 세종(30.0건) 간의 뚜렷한 발생률 격차가 나타났다.
또한 전체 치명률은 8.9% 수준이나 8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사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고위험군 보호와 지역별 맞춤형 의료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뇌졸중은 지난해 총 11만3098건이 발생해 심근경색보다 발생 규모가 약 3.2배 컸다. 80세 미만까지는 남성 발생이 많았으나, 80세 이상 고연령층에서는 여성 발생 건수가 남성을 앞질렀다.
최근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인구 10만 명당 연령표준화 발생률이 2014년 139.7건에서 2023년 113.2건으로 19.0% 감소하며 전반적인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치명률 측면에서는 우려 섞인 ‘역설’이 관찰된다. 단기 지표인 30일 치명률은 7.5%로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발생 후 1년 이내 사망하는 ‘1년 치명률’은 19.8%에 달하며 특히 2020년부터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초기 대응을 넘어선 장기적인 재활 및 관리 체계의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심뇌혈관질환은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후유 장애를 남긴다. 질병청은 고혈압, 당뇨병, 흡연 등 위험요인을 상시 관리하고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 9대 수칙’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번 통계는 국가 단위의 발생 규모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실효성 있는 예방 정책을 세우는 핵심 자료”라며, “권역별 관리체계를 강화해 응급 대처 역량을 높이고 생존율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백찬기 편집국장 news@koreanursing.or.kr